바쁜 현장 조사와 연구로 지친 지질학자들에게 안식처가 될 만한 공간이 생겼다는 소식, 들어보셨나요?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이 특별한 장소는 동료들과의 교류는 물론 연구에 필요한 장비까지 갖춘 전문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막상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주변에 조용히 앉아 정리할 데가 마땅찮거나, 현장에서 채집한 샘플을 즉시 분석하고 싶을 때 참 답답했던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시죠?
이곳에서는 24시간 운영되는 미니 실험실이 자리잡고 있어 현미경 분석부터 간단한 광물 성분 테스트까지 현장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검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특히 층서학 연구자를 위해 마련된 3D 프린터는 복잡한 지층 구조를 입체적으로 재현해주는 기능이 있어 논문 작성이나 발표 자료 제작 시 큰 도움이 된다는 후문입니다. 커피 머신 옆에 놓인 화강암 계단식 책장에서는 전 세계에서 수집된 300여 종의 암석 표본이 연구자들을 반기는데, 각 표본마다 QR코드가 부착되어 있어 스캔만 하면 해당 암석의 생성 연대와 지화학적 특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눈에 띕니다.
지난 5월 개장 이후 현재까지 127명의 지질학자가 정기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매주 목요일에는 ‘지구과학 크리에이터 타임’이라는 자체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 행사에서는 석유 탐사 분야 베테랑 기술자가 셰일층 분석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젊은 연구자가 화산암 구조를 활용한 신소재 개발 사례를 발표하는 등 다양한 주제의 강연이 이어집니다. 최근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과 협약을 맺고 전문가 특강 시리즈를 진행하며 학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죠.
이 공간을 운영하는 측의 독특한 철학이 곳곳에 배어있습니다. 매달 제주도에서 직송되는 현무암으로 만든 테이블, 지하 15m 깊이의 암반수를 정수한 미네랄 워터 서비스, 심지어 화장실 타일도 한국의 대표적인 변성암인 옥천대 편암을 가공해 사용했다고 합니다. 창가에 앉으면 남산의 지질 구조가 한눈에 들어오는 배치까지, 모든 디테일이 지질학자의 시선에서 고려되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혼자 연구에 몰두하기 좋은 1인 암반석 세라믹 부스부터 소규모 팀 프로젝트를 위한 지층 모형 제작 스튜디오까지, 총 8개의 전용 공간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필드워크 전용 준비실에는 GPS 장비 충전소와 드론 배터리 교체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어 현장 조사 전 모든 장비를 점검할 수 있는 점이 이용자들에게 큰 호평을 받고 있죠. 신기술 도입에도 적극적인 이곳은 올해 9월부터는 AI 기반 암석 분류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전문성을 갖춘 공간이지만 의외로 이용 방법은 간단합니다. koreabam에서 회원 가입 후 연구자 인증 절차를 거치면 바로 예약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첫 방문 시 지질학 관련 자격증이나 재직 증명서만 제출하면 되는데, 해외에서 발급된 자격증도 영어 번역본과 함께 제출하면 인증이 가능하다는 점이 해외 연구자들에게 특히 편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매월 첫 주 월요일에는 일반인을 위한 지질학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어 일반인들과의 교류 기회도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하네요.
단순히 편의 시설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지질학 커뮤니티 활성화에 기여하려는 이 공간의 비전이 돋보입니다. 실제로 개장 이후 3개월 간 이곳에서 진행된 공동 연구 프로젝트만 12건이 등록되었으며, 그 중 7건이 국제 학회에서 발표되는 성과를 냈습니다. 커피 한잔 마시는 사이에 뜻밖의 연구 협력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용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모습에서 전문가들을 위한 인큐베이팅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서울에 단일 시설로 운영되지만, 운영사 측은 부산과 대전에 2024년까지 추가 지점을 오픈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특히 대전점의 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의 협력을 통해 대형 실험실을 구축하고 중장비 사용이 가능한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점차 확장될 이 시설들이 한국 지질학 연구의 새로운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